인사말

지식생태학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생태(生態)는 모든 생명체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드러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여기서 생태는 일정 시점에서 정체된 모습이 아니라 부단히 움직이며 변화되어가는 동적 움직임을 지칭합니다. 생명체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살아 숨쉬는 상태로 부단히 변화될 때의 모습이 생태계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하지만 생태계는 생명체만 살아 숨쉬는 현장이 아닙니다. 생명체의 살아가는 방식과 원리는 생명체의 존재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비생명체와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며 새롭게 태어납니다.
지식생태학회는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는 물론 비생명체가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 자기 존재이유를 드러내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원리와 방식을 도출,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조직을 지식생태계로 전환하는 과정에 이를 적용하고 실천하는 방안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공동체입니다.
오늘날 생태계의 많은 생명체들도 다른 생명체는 물론 비생명체와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상호의존적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듯이 많은 학회가 새롭게 탄생하고 또 어떤 학회는 소멸됩니다. 생태학적 상상력이 지식을 만나 잉태되어 출산된 지식생태학은 지식을 인식주체와 분리­독립시켜 개별적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지식관을 부정하고 모든 지식은 인식주체는 물론 지식창조과정에 영향력을 주고받는 모든 주체와 객체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사회역사적 합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생태학회는 지식을 지식창조 주체와 분리시켜 독립적 개체로 취급하는 실증주의적 지식경영관에 대한 반대 담론을 제기하면서 분과학문에서 양산하는 이기적 지식의 참을 수 없는 인식의 가벼움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접근논리를 취합니다. 학회에 소속된 학자가 창조하는 지식은 해당 분과학문 분야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과정에 기여함은 물론 인접 유관 분야의 지식과의 우발적 만남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전문성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젖히는 열쇠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식생태학회가 창조하고 싶은 지식은 나와 다른 곳에서 깊이를 추구하는 또 다른 지식과 의도적으로 만나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일상적 삶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는 지식입니다. 지식에는 지식창조 주체의 도전적 문제의식과 열정적 결단의 칼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생태학적으로 건강한 지식일수록 외부의 모든 관점을 독단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집념과 열정이 내재되어 있어서 외부로 향하는 문을 언제든지 열어 놓고 자세를 낮춘 상태로 배우려는 욕망이 강합니다.
지식생태학회는 파괴되어가는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만이 인류가 직면하는 파국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다른 학문공동체와 함께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분과학문의 높은 벽을 허물고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하고 융합해서 난국을 돌파하려는 학문적 결단과 실천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지식생태학회는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난제를 해결할 대안을 생태학적 지혜에서 얻기 위해 저마다의 자기다움이 모자이크처럼 하모니를 이루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생태계에서 다름과 차이가 존중되면서도 자기특유의 고유한 개성이 살아 숨쉬는 학습무대를 조성하는 길을 우선적으로 배우려고 합니다. 나아가 지식생태학회는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지식생태계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의 따듯한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합니다.

지식생태학회장 유영만